아름다운 글
새
윤슬1
2015. 4. 12. 21:50
새
또 에제 올지 모르는
또 언제 올지 모르는
새 한 마리가 가까이 와 지저귀고 있다
이 세상에선 들을 수 없는
고운 소리가
천체에 반짝이곤 한다
나는 인왕산 한 기슭
납작집에 사는 산사람이다
- 김종삼(1921~1984)
한마리 새가 노래하고 있다
새는 아마도 나목의 가지 위에 앉았을 것이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새 한 마리가 가까이 날아와 울고 있다.
싸락눈 같은 음계들이 천공에 반짝이고 있다.
새물처럼 맑은 소리가 솟고 있다. 상냥하고 감미로운 선율이 흐르소 있다.
싱그럽게 음의 높낮이를 만들면서.
시인은 새와 잠깐 만난다. 한 생명이 한 생명과 순수하게 만나는 순간이다.
매우 조용한 때였을 것이다. 평화로운 때였을 것이다. 김종삼 시인이 썼듯이
"인간의 생명은 잠깐이라지만".
시인이 한 마리 새와 만난 이 순간은 그 어느 때보다 고귀하고 찬란하고 긴 기쁨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