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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 48

윤슬1 2020. 6. 2. 11:06

       어 떤 평 화

        

                              이 병일

 

오일마다 어김없이 열리는 관촌 장날

오늘도 아홉시 버스로 장에 나와

병원 들러 영양주사 한 대 맞고

소약국 들러 위장약 짖고

농협 들러 막내 아들 대학등록금 부치고

시장 들러 생태 두어마리 사고

쇠고기 한 근 끊은 일흔 다섯살의 아버지

볼일 다 보고 볕 좋은 정유장에 앉아

졸린 눈으로 오후 세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기력조차 쇠진해진 그림자가 꾸벅꾸벅 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