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행

공재 그림 판화 찍기

윤슬1 2021. 9. 8. 10:50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고 정희

 무덤에 잠드신 어머니는

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석양 무렵 동산에 올라가

적송 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

서울에서 묻혀온 온갖 잔소리 들이

방생의 시냇물 따라

들 가운데로 흘러흘러 바다로 들어가고

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뒤에서

팽팽한 바람이 멧새의 발목을 툭,치며

다시 더 큰 여백을 일으켜

막막궁상 오솔길로 사라진다

오 모든 사라지는 것들 뒤에 남아 있는

둥근 여백이여 뒤안길이여

모든 부재 뒤에 떠오르는 존재여

여백이란 쓸쓸함이구나

쓸쓸함 또한 여백이구나

그리하여 여백이란 탄생이구나

나도 너로부터사라지는 날

내 마음의 잡초 다 스러진 뒤

네 사립에 걸린 노을 같은,아니면

네 발 아래로 쟁쟁쟁 흘러가는 시냇물 같은

고요한 여백으로 남고 싶다

그 아래 네가 앉아 있는

 

윤 두서 "선차도"

선차란 회전축을 돌리면서 작동시키는 공구를 말 한다

 

윤 두서는 서민의 풍속화처럼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사람이었다

 

윤 두서 "나물캐는 여인"

 

나물캐기

뿌리째 먹는 나물은 캠대로 캐고

뿌리를 먹지 않고 잎을 먹는 것은 뜯고

고사리처럼 줄기를 먹는것은 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