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잡초다
조동권
애초 이방인이었다 축복과 거리 먼 태생이어서
누구 도움도 기대 할 수 없었다
이웃이 있을 리 더욱 만무했다.
일찍 철들 수밖에 없었다
어린데도 바닥에 납작 엎드리느 법부터 배웠다
밟혀도 소리내지 않았다
대신 눈물 마른 자리마다 독하게 싹을 밀어 올렸다.
다리에 힘이 붙으면서
발만 닿으면 어디든 뿌리를 내렸다
숨죽이고 꽃도 피웠다
열매는 뭇 시선 너머로 떨구고 기도했다.
내게'도움'이란
한 모금의 물과 한 뺌의 햇볕을 맞을 때
그대가 방해하거나 해코지 않는 것이었다
혹여 알아도 모른 체 지나치는 것이였다
보시라!
오늘도 그대가 버리고 간 바람 몇 줄기와 햇볕 두어 발을
촘촘히 엮어 헐한 들녘에 펼쳐놓고
바람과 내통하고 곤충과 윙윙거리며 계절을 건너는 자유인을
그게 바로 나, 잡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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