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꽃 파 꽃 이문재 시 파가 자라는 이유는오직 속을 비우기 위해서다파가 커질수록하얀 파꽃 둥글수록파는 제 속을 잘 비워낸 것이다 꼿꼿하게 홀로 선 파는속이 없다 파꽃이 이해인 시 뿌리에서 피워 올린소망의 씨앗들을 엷은 베일로 가리고 피었네 한 자루의 초처럼 똑바로 서서질긴 어둠을고독으로 밝히는 꽃 향기 조차 감추고수수하게 살고 싶어 줄기마다 얼비치는초록의 봉헌기도 매운 눈물로안으로만 싸매두고스스로 깨어 사는조용한 꽃 아름다운 글 2025.06.06
첫여름 첫여름 방정환 수필 아아,샹쾌하다! 이렇게 상쾌한 아침이 다른 철에도 또 있을까? 물에 젖은 은빛 햇볕에 햔긋한 풀내가 떠오르는 첫여름의 아침! 어쩌면 이렇게도 상쾌하랴,보라! 밤 사이에 한층 더 자란 새파란 잎들이 새맑은 아침 기운을 토하고 있지 않느냐,가늘은 바람결같이 코에 맡치는 것이 새파란 향긋한 풀내가 아니냐. 그리고 그 파란 잎과 그 파란 풀에 거룩히 비치는 물기 있는 햇볕에서 아름다운 새벽 음악이들려오지 않느냐? 아아 복된 아침 그 신록의 향내를 맡고 그 햇볕의 음악을 듣는 때마다우리에게는 신생의 기운과 기쁨이 머리 속, 가슴 속,핏속에까지 생기는 것을.. 아름다운 글 2025.06.04
기쁨 기 쁨 나 태주 난초 화분의 휘어진이파리 하나가허공에 몸을 기댄다 허공도 따라서 휘어지면서난초 이파리를 살그머니보듬어 안는다 그들 사이에 사람인 내가 모르는잔잔한 기쁨의강이 흐른다 아름다운 글 2025.06.02
오월 풀잎에 구르는 이슬방울마다잔잔히 너울대는햇살을 보듬고새뜻하게 불어오는초록 바람 따라향기 다발 한 아름 뿌려질 때눈동자에 담긴 파란 하늘은가슴에 무지개 한 줌 심어놓고구름 타고 떠다니는하얀 꿈들을품 안에 살며시 안겨 주느니밝은 눈빛으로맑은 숨결로사랑할 수록 사랑하게 되는푸르고 또 푸른 오월에그 속에서 나는잎사귀 무성하게 뻗어가는한 그루나무가 되어도 좋으리 오월 강원석 시 마 음 강원석 시 나는 가진 게 없어너에게 줄 것은마음뿐이네 한없이 넓지만너 하나로 가득 찰 마음그 속으로 네가 온다면 낮에는 꽃을 심고마음을 가꾸고 밤에는 별을 따서마음을 밝힐게 나는 가진 게 없어너에게 줄 것은오직 마음뿐이네 밤 길 .. 아름다운 글 2025.05.28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사랑하는 마음내게 있어도사랑한다는 말차마 건네지 못하고 삽니다사랑한다는 그 말 끝까지감당할 수 없기 때문 모진 마음내게 있어도모진 말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나도 모진 말 남들한테 들으면오래오래 잊혀지지 않기 때문 외롭고 슬픈 마음내게 있어도외롭고 슬프다는 말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외롭고 슬픈 말 남들한테 들으면나도 덩달아 외롭고 슬퍼지기 때문 사랑하는 마음을 아끼며삽니다모진 마음을 달래며삽니다될수록 외롭고 슬픈 마음을숨기고 삽니다. 나 태주 행 복 .. 아름다운 글 2024.10.22
날아가는 낙엽 마른 나뭇잎 하나가 바람에 실려내 앞을 날아 간다. 방랑도 젊음도 그리고 사랑도 알맞은 시기와 종말이 있다. 저 잎은 궤도도 없이 바람이 부는대로 날아만 가서 숲이나 시궁창에서 간신히 멈춘다. 나의 여로는 어디서 끝날까. 헤르만 헤세 아름다운 글 2023.11.02
감 각 여름의 상쾌한 저녁 보리이삭에 찔리우며 풀밭은 밟고 오솔길을 가리라 꿈 꾸듯 내딛는 발걸음 한 발자욱마다 신선함을 느끼고 모자는 없이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는구나! 말도 하지 않으리 생각도 하지 않으리 그러나 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사랑만이 솟아오르네 나는 어디든지 멀리 떠나가리라 마치 방랑자 처럼 자연과 더불어'''''' 연인을 데리고 가는 것처럼 가슴 벅차게 아르튀르 랭보 아름다운 글 2023.06.26
미라보 다리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우리들 사랑도 흘러간다네 내 마음속 깊이 기억하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오는 것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보자 우리의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한 눈길의 나른한 물결이 흘러가는 동안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사랑은 지나간 흐르는 강물처럼 사랑은 가버리네 이처럼 인생은 느린 것이며 이처럼 희망은 난폭한 것인가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이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나날이 지나가고 주일이 지나가고 흘러간 시간도 옛사랑도 돌아오지 않는데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기욤 아폴리네르 아름다운 글 2023.06.20
범부채가 길을 가는 법 범부채가 길을 가는 법 범부채는 한 해에 한 걸음씩 길을 간다 봄내 다리를 키우고 여름내 꽃을 베어 물고 가으내 씨를 여물게 한다 겨울이면 마침내 수의를 입고 벌판에 선다 겨우내 숱한 칼바람에 걸음을 익히고 씨방을 열어 꽃씨를 얼린다 때로 눈을 뒤집어쓴 채 까만 눈망울을 굳세게.. 아름다운 글 201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