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조선일보에 김형석교수님께서
100년을 살아 오는동안 언제가 가장 행복했는가 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하셨다
교수님은 어떤 기간을 묻는지 한 사건의 전후 인지를 헷갈린다고 하셨다
그래서 젊은 세대가 물었을 때는 겪은 사건중에 하나를 나이든 사람에게는 행복했던 기간을
소개하곤 한다고 하신다
그럼 나는 어느때가 가장 행복 했을까?
긴 공직생활로 몸도 마음도 지쳐 너덜너덜한 모습으로 변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조기에 퇴직하겠다고
생각하고 남은 날들을 무엇을 하며 보낼까
그래
쉬엄쉬엄 할 수 있는 텃밭을 일구며 지내야겠다고 500여평을 구입했다
이듬해 세상을 단절하고 텃밭에 흙 만 마주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엉터리 농사지만 처음엔 모두가 생소했다
이웃따라 씨 뿌리고, 풀나면 풀 뽑고, 더우면 냉수 마시고
덥고 피로 할때 나무그늘을 찾다가 시원한 원두막을 지어 보자고 시작했다 서툰 망치질과 서툰 톱질로 손은 파란 멍과 상처가 아물 날이 없었지
아픈손 다시 때려서
어린 시절 참외밭을 지키던 원두막 모슴 머리속을 뒤적이며 설계도 없고 도움도 하나 없이 혼자 뚝딱뚝딱 몇달의 세월이 지나니
어설프기 그지없는 원두막이 지워 졌다
그래도
내 몸을 담을 수 있는 유일한 원두막
이웃과 함께 점심을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자리
뜨거운 땡볕을 가릴 수 있는 원두막
내 손수 짓었다는 원두막
계곡타고 올라 온 시원한 바람이 올라 앉은 내 등뒤 땀을 식힌다
원두막 옆 벼랑에는 한송이 패랭이가 피어 한들 거린다
아~ 참 예쁘다
패랭이가 피었네 패랭이가 눈에 보이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고은님의 시)
나는 원두막을 짓고 패랭이가 핀것을 봤을 때가 가장 가장 행복 했다고 지금도 이야기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