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굽은 소나무
김내식
솔방울 하나 바람에 구르다
기구한 운명으로 절벽에 떨어져
바위 틈에 태어난 애솔
작은바람에도 진저리하고
밑을 보고 위를 보아도
친구가 없어
밤하늘의 별들을 서럽게 보며
지나가는 바람을 잡고 울다
풍악이 된 굽은 소나무
남들처럼 무럭무럭 자랄 나이에
물지게로 절벽을 오르내리고
바위 틈새로 파고들어
하체가 짧아지고 등이 굽어져
난쟁이로 자라면서도
천기와 지기을 모아
오매불망의 임 찾아가는
학 날개의 형상이다
낳아준 부모를 원망하거나
불우한 신세를 한탄하거나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는눈과 비,바람과 절벽
그 보다도 더 무서운 고독마저도
주어진 그대로 거부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수용 할 때
오히려 보호가 되어주고
감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구루의 등 굽은 소나무가
품위 있게 만들어져
지나가는 길손을
빙그레 웃으며 내려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