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약탕기

윤슬1 2011. 12. 26. 17:41

 

 

 

슻불에 부채 부치며

약달이던 시대는 지나고

연탄불로 약달이는 시대에 살면서

불에 약탕관 올려 놓고

잠시 음식 마련하다 와 보면

부어놓은 물은 다 졸여지고

두꺼운 약탕기 갈라 터지고

새색시 시어머니 불호령 맞고

쫄아진 약탕기에 덛물 붓고 달려 짜면

물이 많은 싱거운 탕약으로 변해

곁눈질로 시어머니 눈치 살피고

이래저래

부억 문지방 넘나 들며 고단한 삶

살아오는 동안

두꺼운 약탕관에 물 맞게 붓고

볕 바른 마루끝에 앉아지켜 달인 후에

삼베 약수건에 쏟아

사기 대접에 알뜰이 짜내어 약손가락으로 재어 보고

내어 미는 약사발에 여유가 묻어 보였던

지난날이 회상된다

칼 끝 같이 추운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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