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새벽
희뿌연 안개바람이 새벽을 연다
눈비비며 농촌 촌노는 두리번 두리번 호미하나 찾아쥐고 발걸음을 콩밭으로 향한다
어제 저녁에 메다 둔 콩밭이다
해가 뜨기전에 마쳐야지하고 풀을 뽑아기며 콩포기에 북을 준다
두 골을 메고나니 해가 등 뒤로 올라온다
이제 한 골 밖에 안 남은 골 마저 하고 가야지 하며 욕심을 내 본다
배는 등에 가 붙고 손길은 느려져 온다
어느새 해는 금방 달아 등줄기를 내리친다
가는길에는 이슬에 젖고
오는길에는 땀으로 젖는다
늦은 아침밥을 먹는둥 마는둥 목침을 당겨 누우니 몸은 천길 낭떨어지로 잠과 함께 떨어진다
"따르릉" 울리는 전화 벨소리에 고단한 몸 일으켜 세워 수화기를 집어드니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전화기 통신회사를 바꾸라는 내용을 일사 천리로 외워 댄다
일으켜진 몸에다 부채질 하니 미지근한 바람만 와 닿는다
"팔 다리가 쑤신것 보니 비가 올려나"
어디 팔 다리 뿐이랴 허리통에다 고혈압까지 눈 귀마저 어두우니 어디하나 성한곳이 없다
전화기 옆에는 약봉지가 수북하게 어지럽게 널렸다
한가지 약이라도 떨어지면 읍내 약 타러 가야 하는데 걱정이다
버석거리는 몸으로 가고오는 길이 만만찬기 때문이다 뻐스에는 빠른 걸음으로 올라야 하고
더듬거리는 걸음으로 채 앉기도 전에 뻐스는 출발한다 넘어질듯 간신히 의자 등받이를 틀어지고 의자에 털썩 앉는다
" 휴" 한숨을 뱉으며
이 모습이 고향을 지키는 우리 이웃 부모님의 모습이다
숨이 붙어 있는 한 논밭에 일을 해야한다는것을 숙명처럼 여기며 산다
병든몸과 외로움 무료함 여기에 더위까지 겹쳐 잠못이루는 날들을 누가 알아 주기나 하는가
그나마 도시로 나간 자식이 효도 한다고 용돈을 보내오면 자식 보듯 반갑게 마음으로 위안을 얻는다
쌈지에 모으고 모아 몇십만원 만 되면 농촌은행에 예금한다 정기예금으로 묶어두면 몇푼의 이자가 붙어서다
이 예금이자에 대해 정부에서는 내년에는 5% 2014년에는 9%의 세금을 부과한다고 한다
세종대왕이 새겨진 만원권 한장
도시의 만원과 농촌의 만원은 무게가 다르고
농촌 평균연령이 63.7세라고 한다 환갑을 넘긴 노인들이 모인 거대 경노당이다
같은 60대 얼굴이지만
도시민의 얼굴과 농부의 얼굴에 페인 주름의 깊이가 다르다
이제 농촌의 촌부는 소 고삐를 더욱 다잡아야 하고
지팡이에 의지하는 할머니의 손은 더욱 힘을 주어야 될것 같다
그저 하늘만 처다보고 땅만 바라보며
순박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부모에게 희망이 될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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