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523

가을이 오네

잎과 열매 모두 가을로 가네 가을 태풍 힌남로가 자작자작 가랑비로 시작하여 세상을 흔들어놓고 가버리고 오고가는 추석절도 둥둥 떠내려 가고 달음박질하는 시절을 어느누가 멈추게 할건가 차례차례 세분 누이를 마지막으로 떠나보내고 힘내!힘내! 용을 써보지만 몸과 마음엔 이미 단풍이 스며 들었네 재롱부리는 손녀들의 웃음 소리로 오늘을 잊어 볼련다

나의 이야기 2022.09.06

매화

매화걸음 서 정춘 매화 걸음 했었지 살얼음 걸음으로 가는 동안 녹아서 피는 꽃 보았지 드믄드믄 피어서 두근두근 보았지 아껴서 보았지 요로콤만 보았지 봄 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다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뒷모습 정 호승 사람의 뒷모습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저녁놀이 온 마을을 물들일 때 아궁이 앞에 쭈그리고 앉아 마른 솔가지를 꺾어넣거나 가끔 솔방울을 던져넣으며 군불을 때는 엄마의 뒷모습이다.

나의 이야기 2022.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