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개망초

윤슬1 2011. 7. 9. 15:47

나는 이즘 되면 늘 개망초를 보고 노래한 글을 잊을수없다

조금 긴 글이라 처음과 끝만 적어본다

 

지나간 봄날은 아름다웠다

예쁘고 향기롭던 꽃들은 쉬이 지고 말아 봄은 항상 짧기만 하고

이제 강은 꽃향기에 취해 황홀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여름을 실어오고 있다

 

그때 밥풀떼기 같은 꽃들이 구름처럼 일어났다

모양이 꽃이지 깡마른 몸통에 키만 멀쑥하게 자라

고백하건데 나는 늘 보면서도 꽃을 꽃으로 보아주지 않았다

누가 무어라 생각하건 상관없이... 강변은 한 순간에 개망초의 영토가 되었다

 

어느 아침 나는 꽃에 눈 뜨게 되었다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개망초의 소박함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무엇하고도 잘 어울리는 개망초의 너그러움이 내 가슴에 들어왔다

여름 한볕에 아랑곳하지 않고

비바람에도 오히려 더욱 풋풋해지는 사랑을

잘난 꽃들이 모두 없어지기 전까지는 내가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삶이 그렇게 메말라 있었나 보다

 

개살구,개똥참외,개꿈....

개자가 들어가는 것치고 귀한 대접을 받는것이 없는데

왜 꽃에까지 개자를 붙이게 되었을까

사람들이 저를 개망초라고 부르는 줄이나 아는지 모르는지

한결같은 모습으로 하얗게 웃고만 있다

 

꽃뿐 아니라 예전에는 보이 않더니

나이가 차면서 눈에 띄게 되는 것들이 더러 있다

자주 가는 곳은 아니지만 인사동 골목이나 정동길에 다녀온 이후로

그곳의 향기에 취해 심한 후유증을 앓곤 한다

휘어진 대로 길이 되고 높낮이 대로 언덕이 된 옛 동네 그 골목에 있다보면

세월이 닳아버리고 억지로 지워버린 땅의 지문을 다시 찾은 겄처럼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이었다

 

(지천명)

 

아침이 되어 다시 환하게 피어오르는 강변의 꽃을 본다

오늘은 누구를 만나게 될까,조마조마하게 피어나는 얇은 가슴을 본다

근원은 각기 다르지만 강에 오면 모든 물이 다 같아지듯이 

피는 향기는 저마다 다르지만 질 때의 향기는 모든 꽃이 다 같아지듯이...

허허로이 강가에 서서 구름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개망초를 본다

 

내 묵은 땅에 홀로 피어난 꽃

누가 보아주건 보아주는  이 하나도 없건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 피었다가 가는 개망초꽃

이런 들꽃에 눈길을 주며 살아라,들꽃처럼 살아라.

이제는 그럴 나이다

화려한 색과 현란한 향기를 쫓을때가 있고 무심하게 하늘을 품어야 할때가 있다

하늘의 뜻을 깨달아야 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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