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저 매화에 물을 주어라(2~2)

윤슬1 2011. 12. 3. 14:38

 

 

 

 

 

이별을 앞둔 마지막 날 밤 밤은 깊었으나 두 사람은 말이 없었고 드디어 퇴계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일이면 떠난다

기약이 없으니 두려움 뿐이다

두향이가 말없이 먹을 갈고 붓을 들어 시 한 수를 썼답니다

"이별이 하도 설워  잔 들고 슬피 울제

어느 듯 술 다 하고 님 마져 가는 구나

꽃 지고 새 우는 봄 날을 어이할까 하노라"

이날 밤의 이별은 결국 너무나 긴 이별로 이어졌습니다

두 사람은 1570년 퇴계선생이 6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21년 동안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퇴계선생이 단양을 떠날때

그의 짐속에는 두향이가 준 수석 2개와 매화 화분 하나가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퇴계선생은 평생 이 매화를 가까이 두고 사랑을 쏟았다고 합니다

퇴계선생은 두향을 가까이 하지 않았지만 매화를 두향이 보듯 애지 중지 했습니다

선생은 매화를 끔찍이 사랑했다

마당 구석구석에 매화를 심고 시시때때로 돌보아 주었으며

꽃 필 무렵이면 달이 기울도록 찬바람 속을 거닐었다고 한다

 

선창에 기대서니 밤기운이 차가워라

매화 핀 가지 끝에 달 올라 둥그렇다

봄바람 청해 무엇하리 사득할 손 청향일다

 

뜰 가운데 거니는데 달은 나를 따라오고

매화 둘레 몇 번이나 돌았던고

밤 깊도록 오래 않아 일어설 줄 몰랐더니

향기는 옷에 가득 그림자는 몸에 가득

 

누가 보아도 선생이 매화를 단지 나무나 꽃으로만 여기지 않았음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임을 보듯 매화를 보았고 임의 향기를 맡듯 매화를 가까이 하였다

선생이 나이들어 위독해지자 초췌한 모습을 매화에 보일 수 없다며

화분을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하였다 그리고 임종할 때 마지막 말이 이러하였다

 

" 저 매화에 물을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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