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앞둔 마지막 날 밤 밤은 깊었으나 두 사람은 말이 없었고 드디어 퇴계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일이면 떠난다
기약이 없으니 두려움 뿐이다
두향이가 말없이 먹을 갈고 붓을 들어 시 한 수를 썼답니다
"이별이 하도 설워 잔 들고 슬피 울제
어느 듯 술 다 하고 님 마져 가는 구나
꽃 지고 새 우는 봄 날을 어이할까 하노라"
이날 밤의 이별은 결국 너무나 긴 이별로 이어졌습니다
두 사람은 1570년 퇴계선생이 6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21년 동안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퇴계선생이 단양을 떠날때
그의 짐속에는 두향이가 준 수석 2개와 매화 화분 하나가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퇴계선생은 평생 이 매화를 가까이 두고 사랑을 쏟았다고 합니다
퇴계선생은 두향을 가까이 하지 않았지만 매화를 두향이 보듯 애지 중지 했습니다
선생은 매화를 끔찍이 사랑했다
마당 구석구석에 매화를 심고 시시때때로 돌보아 주었으며
꽃 필 무렵이면 달이 기울도록 찬바람 속을 거닐었다고 한다
선창에 기대서니 밤기운이 차가워라
매화 핀 가지 끝에 달 올라 둥그렇다
봄바람 청해 무엇하리 사득할 손 청향일다
뜰 가운데 거니는데 달은 나를 따라오고
매화 둘레 몇 번이나 돌았던고
밤 깊도록 오래 않아 일어설 줄 몰랐더니
향기는 옷에 가득 그림자는 몸에 가득
누가 보아도 선생이 매화를 단지 나무나 꽃으로만 여기지 않았음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임을 보듯 매화를 보았고 임의 향기를 맡듯 매화를 가까이 하였다
선생이 나이들어 위독해지자 초췌한 모습을 매화에 보일 수 없다며
화분을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하였다 그리고 임종할 때 마지막 말이 이러하였다
" 저 매화에 물을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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