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520

여름과 가을 사이

하늘은 맑고바람결은 산산해가을인가 했는데한낮엔 긴옷을 벗어야 하는 시절 사계절 중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 가는냄새가 제일 좋다오늘은 특별한 한글날단골 중국집 사장님이 기르던 열대어를 분양 해 주겠다고 하기에어항을 하나 사 놓고점심때를 맞쳐서 빈 통을 들고 갔다사장님께서 암놈 3마리 숫놈 4마리 일곱마리를 주겠다고하여고맙다고 인사하고 식사시키고 기다리는 동안 물 갈아 주는 법먹이 주는 방법 오가며 가르켜 준다 다른 손님이 있어 분주한 와중에도 자세히 설명해 준다감사하고 감사하다고 하니덜컹 카운터 앞에 기르던 새끼 어항을 주겠다고 하고 새끼가 20마리 있다고한다왠일이야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있는가집에서 가깝고 맛있고 해서 집 식구들을 가끔 가는 집인데 이렇게눈뜨면 마주하는 이들을 똥째로 준다고 하네사장님이 늘 ..

나의 이야기 2024.10.09

하루를 시작하는 기도

날마다 하루 분량의 즐거움을 주시고일생의 꿈은 그 과정에 기쁨을 주셔서떠나야 할 곳에서는 빨리 떠나게 하시고머물러야 할 자리에는 영원히 아름답게머물게 하소서 누구 앞에서나 똑같이 겸손하게 하시고어디서나 머리를 닞춤으로써내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하소서마음을 가난하게 하여 눈물이 많게 하시고생각을 빛나게 하여 웃음이 많게 하소서 인내하게 하소서인내는 잘못을 참고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사랑으로 깨닫게 하고기다림이 기쁨이 되는 인내이게 하소서용기를 주소서 부끄러움과 부족함을드러내는 용기를 주시고용서와 화해를 미루지 않는용기를 주소서 음악을 듣게 하시고 햇빛을 좋아하게 하시고꽃과 나뭇잎의 아름다움에 늘 감탄하게 하소서누구의 말이나 귀 기울일 줄 알고지켜야 할 비밀은 끝까지 지키게 하소서사람을 외모로 평가하지 않..

나의 이야기 2024.09.25

추석

가을의달빛이가장 좋은밤                              보름달처럼 넉넉하고                      풍성한 추석 보내세요  가을날엔 길섶에 숨어핀               작은 풀꽃이 위대해 보인다가을날엔 가지 끝에 혼자남은               빨간 홍시가 빛나보인다가을날엔 노을진 들녂에               허리숙인 농부가 거룩해 보인다가을날엔 소박하고 진실히고               속이 찬것들이 아름답게 빛난다.

나의 이야기 2024.09.10

무더운 여름 날

밀물이 내 속으로                                                                                 나 희덕  쌓고또 쌓고쌓는지도 모르고쌓고쌓는것의 허망함을 알면서쌓고어디까지 갈 수 있나 오기로쌓고이것도 먹고 사는 일이라고 말하며쌓고부끄럽다 얼굴 붉히면서도쌓고때로는 공허함이 두려워서쌓고지우지 못해 끊지 못해쌓고바닥도 끝이 없이쌓고또 쌓다가 어느날내가 쌓은 모래성이 밀물을 불러왔다

나의 이야기 2024.07.21

비 멍

어제는 소낙비로 건너뛰고오늘은 비 피해는 없을까오전 일찍 오락가락하는 빗속에농장 한바퀴2m를 훌쩍 넘은 옥수수가 일부 넘어지고깨 꽃이 가득 핀 통통하게 자란 놈들이 쓰러져 있었다하천에는 황토물이 콸콸 쏟아져 내리고잔디밭은 질퍽한 마당으로 변해 바지가랑이를 적시고 있다신발을 탈탈 털고 콘테이너 방 문을 열고 들어서니 모두가 고요하다가는비가 솔솔내리는 창밖은 모두가 파랗다 나도 모르게 지난날로 젖어든다아들과 잔디 심던일, 혼자서 몇날몇일을 혼자서 낑낑거리며 원두막 짓던일나무숲바람이 불어오는 원두막에서패랭이 꽃이 한송이 피어 있는것을 보고 생전 처음 꽃으로 보였던 지난날처음농사에 고구마를 100박스 수확해 놓고 처분 할 줄 몰라 쩔쩔매던 일이런저런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던 지난날의 생각이 지나가고빗방물 떨어지..

나의 이야기 2024.07.10

양귀비

니가 내마음을 훔쳤구나한때의 권세를 위해서현종의 사랑이 너를 이토록붉게,붉게물들였구나그 사랑 화선지 한 장 되어나의 분첩이 되었구나너의 붉은 입술너의 숨결내 안에서 이리도 지긋한 떨림으로 나를 안는구나벌 나비 너를 훔치려 하나바람이 바람이아~~ 너를,놓아주지 않는구나양귀비 너를이다지도 이다지도바람은 아직까지도,아직까지도구천을 돌고 돌아 너를,너를 미쁘게 하는구나너를,너를너의 붉디붉은 옷자락을.                                   정 옥령  시

나의 이야기 2024.07.03

산속에서

나 희덕  길을 잃어 보지 않는 사람은 모르리라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누군가 맞잡은 손이 있다는 것이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 본 사람은 알리라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거대한 산줄기보다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 주는지 먼 곳이 불빛은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나의 이야기 2024.05.29

풍경소리

어머니의 풍경소리                                             해성스님  금빛 노을 내려앉은 산자락나부끼는 수풀 가쁜 숨을 삼키고뭉게구름 쉬어가는 고요한 산사땡 그렁 땡 땡 그렁 땡처마 밑 물고기 바람에 기대어눈물 소리로 나를 부른다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보배라며잔잔한 미소로 어루만져 주시던 어머니 잡은 손 뿌리치고 돌아선 이 자식 그리워가슴조이며 황혼 빛 그늘에서옥 같은 모습 사라진 어머니 긴 세월 불효함에 가슴깊이 묻어둔 눈물 감추고풍경소리에 어머니의 사랑 담아 바람에 실려 보낸다.

나의 이야기 2024.05.15